• 최종편집 2019-10-18(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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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실 레터] 강성명 편집위원‧동아일보 기자
            국내 역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발생 33년 만에 특정됐다. 바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 교도소에 25년째 복역 중인 이춘재(56)다. 이 사건은 많은 국민에게 공포와 트라우마를, 경찰들에게는 오욕을 남겼다.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는 경찰의 의지와 30년 간 비약적으로 발달한 과학수사 기술 덕분에 '국민적 한'이 풀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화성 연쇄살인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4년 7개월 동안 경기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잇따라 강간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화성군 태안읍사무소 반경 3㎞ 내 4개 읍면에서 13~71살 여성 10명이 엽기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성폭행당하고 살해됐다. 처제를 성폭행살인하고 부산교도소에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의 DNA가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했다. 그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진범일 가능성은 99% 이상. 추가 증거물의 DNA 분석도 진행 중이다. 모두가 잡고 싶었던 '그 놈'의 신원이 드러났지만 안타깝게도 처벌은 힘든 상태다. 범죄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시한인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살인사건 만큼은 가능한 한 길게 범인을 쫓아야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는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다. 이어 6살 김태완 군에게 황산을 뿌려 숨지게 한 범인이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잡히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공분이 일면서 2015년 7월 살인죄 공소시효는 없어졌다. 다만 법이 바뀌기 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은 범인이 잡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화성 사건이 여기 해당된다. 가장 마지막에 발생한 10번째 살인사건을 처벌할 수 있는 시한은 2006년 4월 2일까지였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2015년 7월 법 개정 전에 공소시효가 끝난 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이춘재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 문제는 찬반 논란이 뜨거울 것 같다. 이미 헌법의 기본 정신까지 깊게 고려해 손을 봤는데 다시 고치는데 따른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 통계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이 20만 건이 넘는다. 억울한 죽음으로 고통 받는 유족들이 있는데도 수사력의 부재 등 이유로 가해자를 단죄하지 못하고 있다. 화성 사건도 그 중 하나다. 이춘재가 유력한 용의자로 드러나자 많은 언론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또 당시 이 사건 범인으로 몰려 고문을 받다 숨진 이들도 있었고, 너무 큰 스트레스를 못 이겨 경찰을 그만 둔 이들도 많았다. 밤길을 걷던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공포에 떨었다. 화성 사건의 사법적 단죄를 위한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한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이다. 이 땅에서 적어도 살인을 저지른 자는 아무리 긴 시간이 흐르더라도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원칙을 세워야한다. 타인의 삶을 뺏은 자에게는 어떠한 관용도 허락돼선 안 된다. 철저한 수사로 사건의 진실을 모두 밝혀내고 사법적으로 단죄해야만 피해자들의 원혼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다.
    • 오피니언
    2019-09-25
  • [편집실 레터] 강성명 편집위원‧동아일보 기자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규칙을 어겼을 때는 공정하게 심판한다는 뜻의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 당기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보면서 이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청와대와 여당은 조 후보자 개인 비리가 아닌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의혹만으로는 낙마가 정당치 않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서 기득권층만의 특혜를 누렸다는 여러 정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생이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공분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외국어고 학생이 단 2주간 인턴을 했는데 연구 책임 교수는 그 학생의 해외 대학 진학을 돕기 위해 '선의'를 베풀었다고 뻔뻔하게 해명하고 있다. 그게 특혜가 아니면 무엇인가. 의전원 유급생이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교수 개인이 만든 장학회여서 마음대로 장학생을 선정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성적, 가정형편 등 누구나 납득할 만한 기준이 없이 제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장학금이라는 취지엔 안 맞다. 그래서 자녀를 활용한 일종의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의 가족은 56억4000만 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야당은 "스스로 사퇴하라"고 외치는데 여당은 "의혹이 많은 만큼 일단 청문회를 열자"며 맞서고 있다. 얼핏 보면 절차적 민주주의에 따라 여당이 일리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친문 인사에 대한 '읍참마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즉 일단 청문회를 열면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야 조 후보자에 대한 논란을 끌면 끌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속셈이 있을지 모르지만, 민심은 의혹투성이의 인물이 법무부의 수장이 된다는 데 거부감이 크다. 그래서 아직은 언론, 시민단체 등의 사전 검증이 더 필요하다. 얼마 전 민주당의 한 인사를 만나서 이 문제 대한 솔직한 의견을 물었다. "난감하다. 하지만 우리로선 물러서기도 어려운 문제"라는 솔직한 답이 돌아왔다. 조 후보자는 이번 정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일종의 '아이콘'인데 여기서 무릎을 꿇으면 마치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부담스럽다는 얘긴 것 같다. 조 후보자 때문에 곤경에 처한 정부와 여당의 처지가 안타깝다. 조 후보자를 대하는 이 생각에 과한 면은 없는지 차분히 성찰했으면 좋겠다. 이 정부는 탄생 초기부터 스스로를 '촛불 정부'라 부르며 원칙 등을 앞세운 '도덕 프레임'을 형성해왔다. 그건 이른바 '최순실 사태'로 한 정권이 무너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가장 완벽한 포지셔닝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무너지고 있다. 대북관계, 경제정책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정부로선 사실상 마지막 전선인 '도덕'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 후보자는 사퇴시켜야한다. 수사권 조정은 꼭 그가 아니더라도 해낼 수 있는 인물이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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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23
  • [편집실 레터] 강성명 편집위원·동아일보 기자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7월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글을 남기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비판하려는 목적이겠지만 이 글에 '발끈'하는 사람들이 많다. "‘좌냐 우냐’가 아닌 ‘애국(愛國)이냐 이적(利敵)이냐’는 등 최근 부쩍 활발해진 그의 '페이스북 정치'에 불편해하던 언론도 일제히 비판의 날을 세웠다. 혹시 조 수석은 이런 비판을 접하며 자신의 말이 조금 지나쳤다고 후회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는 민주주의 기본이념을 망각한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싸우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관용이라는 뜻의 똘레랑스(tolerance)는 나와 다른 것을 무조건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편협함(intolerance) 대해 단호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다른 방식의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맞서 싸우는 태도다. 관용은 단순히 타인을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 중 하나다. 통제된 상태에서 강요받는 대로 생각하는 인간에게 자존감은 없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면 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개인별로 타고난 능력과 부가 다른 상황에서 타인을 위하는 마음은 적자생존을 막는 가장 큰 무기다. 그래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이루는 기둥인 것이다. 진보 지식인인 작가 김규항도 "조국의 ‘애국과 매국’ 발언은 그의 현재 이념, ‘개인의 존중’이라는 자유주의의 기본조차 팽개치는 자기 모독의 개소리일 뿐이다"고 일침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조 수석을 비판하기 위해 나치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괴벨스는 선전선동을 통해 대중의 분노와 증오를 폭발시켜 유대인을 죽음의 길로 내 몬 인물이다. 그는 지식과 상식을 앞세워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국가의 적'으로 취급했다. 그가 인류에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면 조 수석이 그와 비견되는 건 너무 과한 것 같지만, 조 수석 스스로도 말과 글에 얼마나 무게가 나가는지 깊이 새기길 바란다. 청와대가 총선 전략을 여당에 대한 ‘경제 실정(失政) 심판론’에서 ‘야당에 대한 친일 심판론’으로 프레임을 짜려 한다는 오해를 더는 불러선 안 된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신뢰할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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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7-26
  • [편집실 레터] 김덕열 사장
    최근 부산청년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화제다. 대학진학이나 주거를 목적으로 부산을 떠나는 청년들도 있지만,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는 이유가 단연 앞선다. 2008년 이후 지난 10년 간 부산을 떠난 15~39세 청년 경제활동인구가 21.1%(22만 명) 줄었다는 통계는 부산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청년유출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청년유출은 부산인구 감소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경제활동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는 부산이 더 이상 우리나라 제2도시로서의 명성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회·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청년유출에 대한 원인을 일자리 미스매치로 꼽았다. 청년 구직자와 지역기업 간 눈높이가 맞지 않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위해 불철주야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보니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지역기업들 입장에서는 스펙 좋은 인재들을 받아들일 연봉체계나 복지환경을 아직 갖추고 있지 못하다보니 면접장이 텅텅 비는 일이 잦다고 한다. 최근 부산시에서 이러한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고자 나름의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부산에 소재한 중소기업에 3개월 이상 일한 청년들에게 최대 100만원의 복지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예산상 문제로 수혜인원을 점진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자리를 위해 부산을 떠나는 청년들을 잡기에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부산의 한 중견기업인이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의 청년정책에 대해 지적한 내용이 떠오른다. “젊은 청년들에게 고기를 낚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자꾸 고기 맛만 보여주는 정책들이 난발하는 것 같아 아쉽다.” 물론 구직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예산이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청년일자리 해결을 위해 직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 중견기업인의 인터뷰에 적극 공감이 간다. 결국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산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의 몫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수도권 소재 대기업, 공공기관을 부산으로 내려오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부산의 여건과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이다. 7월 초 부산시는 조직개편을 통해 ‘관광마이스국’을 신설했다. 10여 년이 넘도록 관광마이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해마다 반복되는 시의 외침이 이제야 발판을 마련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참에 부산이 보유한 해양관광인프라, 질 높은 의료서비스, 동부산·중부산·서부산이 지닌 각각의 전통과 문화를 적절히 접목시켜 새로운 산업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기존 국제행사 대행이나 컨벤션 유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시와 대기업이 손을 맞잡고 관광마이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할 때다. 필요하다면 부산 정치권에서도 정부에 강력하게 프러포즈를 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떠나는 부산은 미래가 없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한 눈을 팔 때가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시정의 최우선 순위,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가장 노력해야 할 부분은 관광마이스산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돼야 한다. 관련 전문가를 더욱 영입하고,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모아 정부와 대기업을 밤낮으로 찾아 다녀야 한다. 하루아침에 결실을 맺을 순 없겠지만 밝은 부산을 미래를 위해선 기성세대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부산 청년들이 고향에서 신명나게 일하고,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2019-07-23
  • [편집실 레터] 강성명 편집위원‧동아일보 기자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 얘기가 밥상머리 대화 소재로 종종 올라온다.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을 것인지, '텃밭'을 뺏긴 자유한국당이 과연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내 주변 분위기를 전하자면, 민주당에 속했거나 지지하는 쪽은 불안감을 감추려 표정 관리가 한창이다. 한국당 쪽도 자신감이 넉넉진 않지만 표정은 많이 폈다. 양당 지지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보다 상당히 좁혀진 것도 이유겠지만, 각각 훑고 있는 바닥 민심에서 나오는 반응 같다. 50대 지인이 최근 이런 말을 했다. "보수를 지지하던 여러 친구들이 촛불 정국 때 보수에 대해 절망했다. 그래서 반대쪽(민주당 등)에 표를 던졌다. 그 친구들, 지금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그는 '경제 실패'가 절망의 이유라고 전했다. 여기서 경제 정책 자체를 논하자는 건 아니다. 최저임금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부 정책이 경제 양극화로 병든 우리 사회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체질 개선 과정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십 수 년 해오던 가게를 포기하는 주인, 일자리가 줄어 도리어 아르바이트도 못 구하는 청년, 희망이 없다며 해외 이민을 꿈꾸는 이들이 주변에 널렸다. 이 모든 걸 정부와 여당 탓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유권자는 책임을 그들에게 돌릴 권리를 갖고 있다. 이건 어느 사회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민주당이 내년 부산에서 웃을 수 있을까?'라고 누가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다. 그럼 민주당은 1년 간 무얼 해야 할까. 답은 뻔하다.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 공약 이행 사항부터 점검하자. 지역구 현안 중 경제와 관련된 부분을 따로 뽑아 한 일, 못한 일을 정리하고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우선 시동을 걸어야한다. 예산 확보 등 자기포장은 나중에 하자. 부산시 경제 정책 중 잘못된 걸 비판하자. 제 식구라고 비판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수조원을 주무르는 시의 실책은 시민을 위해 반드시 짚고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 '그건 시의원이 하는 일 아냐'라고 묻는 이가 있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본다. 시민들은 당신들이 국회의원인지 시의원인지 중요하지 않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이가 대표가 되길 바랄 뿐이다. 신공항 이슈가 그 중 하나다. 며칠 전 오거돈 부산시장이 국회를 방문해 출입 기자들고 만났다고 들었다. 서울 일간지 한 기자가 이렇게 전했다. "오 시장이 내내 공항 문제만 얘기하던데 부산에 다른 이슈는 없어?"라고. 지역구민들로부터 "부산시장은 왜 신공항 문제에만 저렇게 열을 올린대요?"라는 질문을 받아 본 의원들도 있을 것이다. 부산의 경제 현안 중에 신공항 외에 중요한 게 정녕 없는가. 오늘도 취직을 위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청년들, 부모 형제와 부산에서 함께 살며 꿈을 이루고 싶은 청년들의 소망은 동남권 관문공항 건립보다 그 가치가 부족한가. 더 이상 그 때 불었던 '바람'에 기대선 안 된다. 한 여름 더위를 씻어준 바람은 다시 돌아오더라도 그리 시원하지 않다. 지역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방법은 무엇인지,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없는지 알고 싶으면 남은 1년은 이 곳, 부산에서 뛰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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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6-26
  • [기자수첩] 정치섭 기자
        “형, 고독사가 뭐야?” 며칠 전 휴대폰을 보던 스무 살 사촌 동생이 내게 물었다. 대학생이나 된 게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하려는 순간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단어가 맴돌았다. 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답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나를 바라봤다. 몇 분처럼 느껴진 몇 초가 흐른 뒤 간신히 내뱉은 말이 가관이다. “어... 그러니까, 고독사는 혼자서 살다가 돌아가신 분이야.” 사촌 동생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이내 휴대폰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누가 타박하지도 않았는데 얼굴이 붉어졌다. 당연히 부족한 설명이었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내 오만함을 반성했다.   최근 열흘 사이 부산에서 고독사로 보이는 사건은 두 건이다. 지난 8일 오후 부산 사상구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 예순 살 노인의 백골 사체가 발견됐다. 검안의는 이 노인이 숨진 지 1년쯤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시신을 발견한 것은 고인의 여동생이었다. 같은 다가구 주택에 살고 있었지만,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보다 삼 일 전에는 혼자 살던 마흔아홉 살 여성이 숨진 것을 원룸주인이 발견했다. 원룸주인은 수개월 밀린 월세를 받으러 갔다가 원룸 입구에서 악취를 맡고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에서만, 언론에 나온 것만 제한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고독사로 ‘보이는’이라는 표현에는 이유가 있다. 고독사는 법적으로 정해지거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용어가 아니다. 고독사는 1990년대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함께 일본의 단절된 삶과 죽음을 대표하는 표현이었다. 국내에는 2000년대 중반 들어 일본의 사회문제로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이후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잇달았다. 다시 10여년이 지났다. 고독사 문제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일단 지방조례는 다수 만들어졌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고독사’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전국 164건의 자치법규가 나온다. 부산에는 15건의 조례가 제정됐다. 거기에 용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영도·강서·사상구는 ‘노인’ 고독사 예방조례를 제정했다. 영도구 관련 조례는 고독사를 ‘주변과 단절된 상태로 홀로 살다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강서구 관련 조례는 여기에 더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발견된 죽음’이라고 명시했고, 사상구는 ‘시신이 3일이 지난 후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사망 후 경과 시간에 따라 고독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심각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실태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상은 어떨까. 부산시 고독사 조례는 고독사를 ‘가족·친척·이웃 등과 지역사회로부터 단절돼 홀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신이 거주하던 공간에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규정했다. 앞선 조례와 달리 노인(만 65세 이상)으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청년층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7월엔 부산의 한 원룸에서 가족 없이 혼자 살던 스물네 살 남성이 숨진 지 4개월여 만에 백골로 발견됐다.   한동안 노인만의 문제로 여겨지던 고독사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가족과의 단절로 인해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고독사를 추정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의 무연고 사망 통계를 보면 무연고사는 2012~2016년까지 7182건이고 이 중 30%(2572건)가량이 40, 50대였다. 참고로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다. 고독사 중에는 시신이 뒤늦게 발견되더라도 가족이 확인되는 사례가 있다. 1인 가구도 늘고 있다. 1인 가구(통계청)는 2000년에 비해 2017년 두 배(222만→562만 가구) 이상 늘었다. 2017년 기준 전체 1967만 가구의 29%를 차지했다. 연령층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진단과 예방이 시급하다.   죽음마저 외롭지는 말아야 한다. 하지만 고독사를 제대로 정의(定義)하지 못하니 실태조사를 할 수 없고, 실태조사가 없으니 심각성을 확인할 길도 없다. 일정 시간이 아니라 명확한 기간과 대상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10여년 전과 달리 조례는 제정됐고 고독사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들의 사회적 단절을 막는 것이 목표다. 공통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지자체 차원의 통일된 정리도 좋다. 시장은 관련 조례에 따라 고독사예방위원회를 둘 수 있고 실태조사를 할 수도 있다. 다시 누군가 “고독사가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는 제대로 된 답을 해주고 싶다.
    • 오피니언
    2019-06-14
  • [편집실 레터] 김덕열 사장
      얼마 전 ‘취업지원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해운대구 부산문화여고를 찾았다. 취업시장을 곧 경험할 학생들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부산문화여고는 50년 전통을 가진 특성화고교로 졸업생 가운데 곧바로 취업하는 비율이 높다. 장학금 조성에는 부산청년정책연구원의 회원사들이 동참했다. 학생을 돕는 일이라는 말에 회원사들은 금세 공감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목표로 한 500만원을 모았다. 회원사 중에는 장학금을 더 내려는 곳도 있어서 “일회성보다 꾸준히 돕는 게 좋다”고 오히려 설득해야 할 정도였다.   전달식에서 부산문화여고의 조인환 학교장은 이런 말을 했다.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아 더욱 용기를 갖고 직업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학생들에게 무한한 꿈을 가질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조 교장은 이 짧은 말에도 ‘용기’라는 단어에 힘을 줘 강조했다. 제자들이 겪을지도 모를 취업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탓이다. 취업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고용은 불안정하다. 사회는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를 청년의 무능 탓으로 돌리고 청년의 좌절감은 커져만 간다. 악순환이 이어진다.   청년의 취업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통정체를 설명하는 ‘병목현상’은 익히 알려진 용어다. 갑자기 좁아진 도로에 한꺼번에 차량이 몰리며 혼잡한 상황이 생긴다는 의미다. 시간이 걸릴 뿐 차량은 모두 좁은 도로를 통과한다. 멈춰 선 경우는 사고차량뿐이다. 취업시장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곳이 아니다. 모두가 취업시장의 좁은 구간을 통과하길 기대한다. 청년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좌절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다. “좁은 구간을 통과하면 다시 쌩쌩 달릴 수 있을 거야”라는 격려 말이다. 조 교장 역시 학생들에게 부디 용기를 갖고 꿋꿋이 헤쳐 나가라는 바람을 담았을 것이다.   이날 전달식에는 장학금을 건네받는 고3 학생 25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그 옆엔 부산청년정책연구원의 회원사 대표 10여명이 함께 했다. 모두 중소‧중견기업의 대표들이다. 학생들이 대표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같은 눈높이에서 오가는 허심탄회한 대화였다. 한 학생이 “취직을 하고 나서도 대학에 다닐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장재훈 ㈜삼천기업 대표는 “요즘은 직원의 역량강화가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취직 후에도 학업을 이어가겠다는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학생은 “회사 대표들로서 면접에 떨어지지 않는 꿀팁을 알려달라”고 해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청년의 취업은 함께 할 때 가능하다. 기업대표와의 질의응답 마친 한 학생이 다가와 “든든하다”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 입장에선 흔치 않은 기회였을 것이다. 기업대표들은 학생들에게 시간과 답변을 제공했다. 학생들은 장학금 이상의 것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눔의 의미는 거창한 게 아니다. 꼭 억대의 기부 등 막대한 금전적인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 재능기부가 될 수도 있다. 나눔을 계기로 상대방이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청년들의 입장에선 취업의 동기부여를 받거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나눔의 의미를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 지표는 해마다 갱신된다. 올해 5월에는 “지난달 대졸 이상 실업자 수가 2년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달았다. 1999년 대학 입학과 함께 들었던 청년실업 문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게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청년실업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여전히 심각한데도 언급할수록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모순이다. 문제는 그 자리에 청년이 홀로 남는다는 점이다. 청년에겐 ‘함께’ 라는 희망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2019-05-30
  • [편집실 레터] 강성명 편집위원·동아일보 기자
          ‘조현병(정신분열증) 포비아’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사망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경남 진주에서 조현병 환자가 이웃들을 상대로 믿기 힘든 살인 방화를 저질렀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혐오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수도권의 한 신도시에서도 정신질환자 병상 120여 개를 갖춘 병원의 개원을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도 그 중 하나다. 최근 일련의 사건만 없었다면 이는 ‘님비 현상’의 하나로 비판 받았을 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해당 주민들에게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지 말자고 말하기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진주 사건은 조현병 환자 관리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려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경찰은 수 차례 반복된 민원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비판 받았다.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 입원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도적 허점도 드러났다. 2017년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요건을 엄격하게 만들었다. 가족이 환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멀쩡한 사람을 병원에 가두는 등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자는 게 이유다. 현행법에서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해 지자체장이 정신의료기관에 3개월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를 응급 입원시키는 경우에도 경찰과 의사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고 입원기간도 3일에 그친다. 강제 입원에 대한 찬반은 분분하지만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임 교수 사건 이후 사법입원제 도입 등을 포함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발의됐다. 비록 이 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정부는 강제 입원의 완화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사법입원제가 도입되면 사촌 이내 친족이나 동거인도 정신질환 환자의 강제입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강제 입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관리 대책을 제시해야한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정신질환자 실태 조사를 형식적으로 해선 안 된다. 단순히 선진국 시스템을 도입하려 애쓰거나 시간에 쫓겨 전문가들이 제시해 온 의견을 그대로 따라선 안 된다. 환자별 유형을 철저히 분석하는데서 시작하자. 환자들이 왜 병원에 입원하는 걸 극도로 꺼리는지, 우리 의료계의 정신질환 치료 시스템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부터 살펴야한다. 또 유관 기관 간 환자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유할지도 신중히 고민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방법도 찾아야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와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다. 진주 사건 등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범죄들에서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가족이 없을 경우 이들이 약을 끊지 않도록 24시간 곁에서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환자들이 손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짜야한다. 임 교수 유족은 ‘안전한 진료 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고인의 유지였다고 강조했다. 이를 새겨듣자.
    • 오피니언
    2019-05-22
  • [편집실 레터] 강성명 편집위원·동아일보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 말처럼 요즘 청년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는 게 또 있을까. 분명 봄이 왔는데도 청년들의 마음속에 꽃은 피지 않고 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겨울인 듯 여전히 춥다. 최악의 취업난과 고용한파가 브레이크를 잃은 열차처럼 좀체 속도를 줄이지 못한다. 실업자가 130만명을 넘으며 역대 최대치에 근접한 가운데 잠재적 실업자는 4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통계 지표에 따르면 청년(20~29세) 실업률은 9.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체감실업률 지표인 확장실업률은 무려 2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지표의 간격이 큰 이유는 아르바이트나 공공근로 등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취업 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최근 1년 사이 61만1000명에서 75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직업을 가진 채 다른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구직을 원하는 청년에게 혈세를 쓴다는 점을 무턱대고 비판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이 지원금이 제대로 쓰여 지는지 촘촘하게 관리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구직지원금 사업에 올해 1582억 원을 투입한다. 만 18~34세 미취업자 가운데 고교·대학(원) 졸업 또는 중퇴 2년 이내이고, 중위소득 120% 이하 가구원을 대상으로 최대 8만 명에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원한다. 지원금을 받는 동안 취업해 3개월 근속하면 취업성공금 50만 원도 지급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취업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게 취지다. 2017년 서울시가 시작한 ‘청년수당’ 사업과 비슷하다. 그런데 청년구직지원금이 실제로 구직활동에 쓰이지 않고, 취지에 맞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도 이를 세세하게 검증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고용부는 현금 대신 클린카드 형태로 지급하므로 유흥이나 도박 등에는 사용될 수 없다고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물품 및 서비스 구매를 막거나 이를 점검할 방법이 없는 등 구멍이 많다. 지원 대상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있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취업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사실상 배제된다. 졸업·중퇴 후의 기간이 길고, 유사한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고용부는 더 많은 청년들을 취업시장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제 구직 노력을 많이 한 청년이 오히려 배제되기 쉬운 구조다. 구직지원금의 목적을 달성하고 엉뚱한 곳에 혈세가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완 대책이 절실하다. 돈만 주는데 만족할 게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눈먼 돈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세금 부담만 늘려서는 안 된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혈세가 투입돼야 한다. 청년 실업난이라는 말을 이해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부산의 한 공단의 경우 매해 장마철만 되면 도로가 금방 침수된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작은 일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실업률만 탓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 오피니언
    2019-04-22
  • [편질실 레터] 양정원 발행·편집인·정치학 박사
           부산인구는 점점 줄고, 지역을 떠나는 청년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제2 도시의 명성은 이미 인천에게 빼앗긴 지 오래다. 2000년대 들어서고 급성장한 인천이 부산을 따라 잡기 시작했고, 2007년 부산은 인구유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물론 인구가 많다고 해서 도시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부산에 넘치던 활력이 사라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젊은 청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부산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을 떠나는 청년들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등지 수도권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20대 초반 청년. 부산에서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위해 타지로 떠나는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청년.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집값이 부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도시로 주거지를 옮겨 떠나는 청년…. 결국 대학 진학, 취업, 주거지를 위해 부산을 떠나는 청년이 대다수다. 얼마 전 자체 실시한 부산청년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 가까이는 부산에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청년들이 일자리가 부족해 부산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청년 유출이 점점 느는 점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더욱 심각한 점은 청년을 가르는 기준 나이가 자꾸 많아진다는 것이다. 청년의 나이 기준은 모호하다.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상 대통령령에 따라 ‘15세 이상 29세 이하’를 청년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부산시를 비롯해 지자체, 공공기관 등 청년의 기준은 상이하다. 정당마저 청년의 기준은 다르다. 국회에서는 청년의 기준을 현재보다 넓히자는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된 상황이다. 사회 통념적으로 말하는 청년은 학업을 마치고 직장을 구하기까지의 연령대 또는 결혼을 하기 전까지의 젊은이를 총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청년’은 과연 몇 세까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취업을 위해 늦게는 30세까지도 졸업을 유예하는 대학생이 부지기수이고, 취업을 해도 집 구하기가 겁이 나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젊은 세대도 점점 늘고 있다. 그래서 청년은 점점 늙어가고 있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정책의 수혜대상이 ‘실제 청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예산을 할당해 청년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미미할 뿐이다. 2년 전 부산시가 도입한 ‘부산형 청년수당’만 하더라도 그 수혜대상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책은 현장을 반영해야 한다. 청년정책은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면 결국 특혜가 된다. 지난해 오거돈 시장이 당선되면서 많은 청년정책공약을 내놓았다. 그때만해도 고달픈 부산청년들은 작은 희망을 가졌다. 팍팍한 지금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오 시장이 청년들의 기대에 응답하지 않는 것 같다. 청년 현장과의 소통도 부족하다. 청년문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청년들을 한자리에 모아도 도무지 오 시장은 나타나질 않는다. 그러고는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올해 초 청년담당 부서를 개편하면서 이름도 바꿨다. 도대체 무엇을 반영한 청년정책이고, 누구와 소통하며 시민의 혈세를 사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선거 때만 청년들을 이용해선 안 된다. 그런데 내년에 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또 어떤 청년공약들이 남발할지 벌써부터 힘이 빠진다.
    • 오피니언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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