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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레터] 강성명 편집위원·동아일보 기자

조국 수석의 치명적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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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7.2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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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7월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글을 남기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비판하려는 목적이겠지만 이 글에 '발끈'하는 사람들이 많다. "‘좌냐 우냐’가 아닌 ‘애국(愛國)이냐 이적(利敵)이냐’는 등 최근 부쩍 활발해진 그의 '페이스북 정치'에 불편해하던 언론도 일제히 비판의 날을 세웠다.

혹시 조 수석은 이런 비판을 접하며 자신의 말이 조금 지나쳤다고 후회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는 민주주의 기본이념을 망각한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싸우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관용이라는 뜻의 똘레랑스(tolerance)는 나와 다른 것을 무조건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편협함(intolerance) 대해 단호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다른 방식의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맞서 싸우는 태도다.

관용은 단순히 타인을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 중 하나다. 통제된 상태에서 강요받는 대로 생각하는 인간에게 자존감은 없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면 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개인별로 타고난 능력과 부가 다른 상황에서 타인을 위하는 마음은 적자생존을 막는 가장 큰 무기다. 그래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이루는 기둥인 것이다. 진보 지식인인 작가 김규항도 "조국의 ‘애국과 매국’ 발언은 그의 현재 이념, ‘개인의 존중’이라는 자유주의의 기본조차 팽개치는 자기 모독의 개소리일 뿐이다"고 일침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조 수석을 비판하기 위해 나치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괴벨스는 선전선동을 통해 대중의 분노와 증오를 폭발시켜 유대인을 죽음의 길로 내 몬 인물이다. 그는 지식과 상식을 앞세워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국가의 적'으로 취급했다. 그가 인류에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면 조 수석이 그와 비견되는 건 너무 과한 것 같지만, 조 수석 스스로도 말과 글에 얼마나 무게가 나가는지 깊이 새기길 바란다. 청와대가 총선 전략을 여당에 대한 ‘경제 실정(失政) 심판론’에서 ‘야당에 대한 친일 심판론’으로 프레임을 짜려 한다는 오해를 더는 불러선 안 된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신뢰할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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