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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레터] 강성명 편집위원‧동아일보 기자

읍참마속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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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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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규칙을 어겼을 때는 공정하게 심판한다는 뜻의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 당기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보면서 이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청와대와 여당은 조 후보자 개인 비리가 아닌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의혹만으로는 낙마가 정당치 않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서 기득권층만의 특혜를 누렸다는 여러 정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생이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공분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외국어고 학생이 단 2주간 인턴을 했는데 연구 책임 교수는 그 학생의 해외 대학 진학을 돕기 위해 '선의'를 베풀었다고 뻔뻔하게 해명하고 있다. 그게 특혜가 아니면 무엇인가.

의전원 유급생이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교수 개인이 만든 장학회여서 마음대로 장학생을 선정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성적, 가정형편 등 누구나 납득할 만한 기준이 없이 제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장학금이라는 취지엔 안 맞다. 그래서 자녀를 활용한 일종의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의 가족은 56억4000만 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야당은 "스스로 사퇴하라"고 외치는데 여당은 "의혹이 많은 만큼 일단 청문회를 열자"며 맞서고 있다. 얼핏 보면 절차적 민주주의에 따라 여당이 일리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친문 인사에 대한 '읍참마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즉 일단 청문회를 열면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야 조 후보자에 대한 논란을 끌면 끌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속셈이 있을지 모르지만, 민심은 의혹투성이의 인물이 법무부의 수장이 된다는 데 거부감이 크다. 그래서 아직은 언론, 시민단체 등의 사전 검증이 더 필요하다.

얼마 전 민주당의 한 인사를 만나서 이 문제 대한 솔직한 의견을 물었다. "난감하다. 하지만 우리로선 물러서기도 어려운 문제"라는 솔직한 답이 돌아왔다. 조 후보자는 이번 정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일종의 '아이콘'인데 여기서 무릎을 꿇으면 마치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부담스럽다는 얘긴 것 같다. 조 후보자 때문에 곤경에 처한 정부와 여당의 처지가 안타깝다. 조 후보자를 대하는 이 생각에 과한 면은 없는지 차분히 성찰했으면 좋겠다. 이 정부는 탄생 초기부터 스스로를 '촛불 정부'라 부르며 원칙 등을 앞세운 '도덕 프레임'을 형성해왔다. 그건 이른바 '최순실 사태'로 한 정권이 무너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가장 완벽한 포지셔닝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무너지고 있다. 대북관계, 경제정책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정부로선 사실상 마지막 전선인 '도덕'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 후보자는 사퇴시켜야한다. 수사권 조정은 꼭 그가 아니더라도 해낼 수 있는 인물이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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