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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레터] 강성명 편집위원‧동아일보 기자

화성 연쇄살인사건, 특별법 제정해 단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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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9.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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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역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발생 33년 만에 특정됐다. 바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 교도소에 25년째 복역 중인 이춘재(56). 이 사건은 많은 국민에게 공포와 트라우마를, 경찰들에게는 오욕을 남겼다.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는 경찰의 의지와 30년 간 비약적으로 발달한 과학수사 기술 덕분에 '국민적 한'이 풀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화성 연쇄살인은 1986915일부터 199143일까지 47개월 동안 경기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잇따라 강간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화성군 태안읍사무소 반경 34개 읍면에서 13~71살 여성 10명이 엽기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성폭행당하고 살해됐다.

처제를 성폭행살인하고 부산교도소에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의 DNA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했다. 그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진범일 가능성은 99% 이상. 추가 증거물의 DNA 분석도 진행 중이다.

모두가 잡고 싶었던 '그 놈'의 신원이 드러났지만 안타깝게도 처벌은 힘든 상태다. 범죄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시한인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살인사건 만큼은 가능한 한 길게 범인을 쫓아야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0712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는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다. 이어 6살 김태완 군에게 황산을 뿌려 숨지게 한 범인이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잡히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공분이 일면서 20157월 살인죄 공소시효는 없어졌다. 다만 법이 바뀌기 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은 범인이 잡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화성 사건이 여기 해당된다. 가장 마지막에 발생한 10번째 살인사건을 처벌할 수 있는 시한은 200642일까지였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20157월 법 개정 전에 공소시효가 끝난 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이춘재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 문제는 찬반 논란이 뜨거울 것 같다. 이미 헌법의 기본 정신까지 깊게 고려해 손을 봤는데 다시 고치는데 따른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 통계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이 20만 건이 넘는다. 억울한 죽음으로 고통 받는 유족들이 있는데도 수사력의 부재 등 이유로 가해자를 단죄하지 못하고 있다. 화성 사건도 그 중 하나다. 이춘재가 유력한 용의자로 드러나자 많은 언론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또 당시 이 사건 범인으로 몰려 고문을 받다 숨진 이들도 있었고, 너무 큰 스트레스를 못 이겨 경찰을 그만 둔 이들도 많았다. 밤길을 걷던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공포에 떨었다.

화성 사건의 사법적 단죄를 위한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한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이다. 이 땅에서 적어도 살인을 저지른 자는 아무리 긴 시간이 흐르더라도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원칙을 세워야한다. 타인의 삶을 뺏은 자에게는 어떠한 관용도 허락돼선 안 된다. 철저한 수사로 사건의 진실을 모두 밝혀내고 사법적으로 단죄해야만 피해자들의 원혼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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