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4-07(목요일)


[CEO 초대석] 윤성원 해운대 암소갈비집 대표

맛의 장인(匠人), 56년 가업(家業)을 잇다

고객의 꾸준한 사랑으로 100년 식당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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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1.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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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섭 기자 btip@mbusan.co.kr

 

윤성원 대표 (1).JPG


지난 16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해운대 암소갈비집’. 한옥양식의 대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음식의 은근한 향기가 식욕을 자극했다. 입구 왼쪽의 거대한 주방에서는 쉴 새 없이 달그락대는 그릇소리가 났고, 직원들은 손님맞이 준비로 쉴 틈 없이 분주했다. 오픈을 30분 앞둔 시간에도 입구 안쪽에 놓인 평상에는 손님들이 그득했다. 한쪽에는 손님들의 추위를 녹여줄 화롯불이 ‘탁탁’대는 소리와 함께 타올라 마치 옛 마을 잔칫집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정취에 취해 아득한 정신을, 마침 “어서오세요”하는 청량한 목소리가 깨운다. 청년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중후한 백발의 노(老)신사, 윤성원 대표다.

1964년 가을, 문을 연 이곳은 해운대를 찾은 유명인들이라면 모두 한번쯤 다녀갔을 정도다. 1960, 1970년대 고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최근까지 수많은 연예인들이 방문한다. 생전 이곳을 무척 좋아했던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화목한 기운이 온 집안에 넘친다는 의미의 ‘화기만당(和氣滿堂)’이라는 친필 휘호까지 전했다. 이 휘호는 여전히 음식점 마루 위에 걸려있다.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비결은 맛이다. 윤 대표는 “우리의 주 메뉴는 갈비와 불고기 두 가지뿐”이라며 “손님들에게 중요한 것은 만족할만한 음식이지 메뉴의 가짓수가 중요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선대(先代)부터 내려온 깐깐한 재료 관리 역시 맛을 유지하는 데 한몫했다. 질 좋은 고기와 신선한 부재료, 특유의 양념이 잘 배도록 고안한 고기의 다이아몬드 커팅법, 숙성과정과 특별한 소스 등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윤 대표를 만나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56년간 전국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비결을 들어봤다.

 

-해운대 암소갈비집의 연혁이 궁금하다.

“1964년 가을, 아마 10월에서 11월 사이였던 것 같다. 지금은 작고한 부친이 해운대에 정착하며 음식점을 차렸다.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웠던 것이 음식점이었다. 부친은 그 전까지는 동래구의 한 음식점에서 요리사로 일한 경력도 있었다. 당시 난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희미한 기억이지만 처음부터 손님이 많았던 것 같진 않다. 근처에 골프장이 있었는데, 그곳에 갔던 손님들이 우리 음식점에 와서 식사하기 시작했다. 돼지고기도 먹기 힘들던 시절, 경제력 있던 골프장 손님들이 가게를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

 

-이름난 인사도 있었나.

“1960, 1970년대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 가게를 찾았다. 어린 시절이지만 그가 오면 가게 주변에 경호원들이 가득했다는 것은 기억난다. 박 전 대통령은 해운대 암소갈비집의 고기 맛을 즐겼던 것 같다. 1970년대 후반엔 신변에 대한 위협이 심해진 탓인지, 그가 옛 극동호텔에 묵고 있으면 부친이 숯불과 고기를 가져다 구워줬다. 고 김종필 전 총리도 단골손님 가운데 한 명이었다. 부산에 올 때마다 반드시 찾았다. 어느 날은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글씨를 써준 적도 있었다. 이튿날 그의 비서가 연락해 ‘취기에 휘호를 쓴 것이니 다시 써주겠다’고 해 받은 것이 ‘화기만당’이라는 글씨다. 연예인들도 많이 찾는데 그들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우리는 일체 사인(sign)이나 사진촬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부산을 포함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부산맛집으로 검색해 찾고 있다. 택시를 타고 해운대 암소갈비집으로 가자고 하면 올 수 있을 정도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영화 ‘친구2’의 도입부 촬영이나 수많은 방송에서 섭외가 들어온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유명인들이 찾는 음식점이라는 명성보다는,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는 식당이라는 평가가 더 좋다.”

 

대표메뉴(생갈비) (1).JPG

 

-맛의 비결은 무엇인지.

“부친은 사놓은 고기나 음식, 식재료가 오래되면 가차 없이 버렸다. 바른 신념이었다. 이 같은 품질관리가 지금까지 버텨온 이유라고 생각한다. 신선한 재료는 부친의 소신이었다. 부친은 매일 동구 범일동 부산진시장에 버스를 타고 가서 소갈비 한 짝씩을 사왔다. 갈비 한 짝은 작은 것이 32~33kg, 큰 것은 40kg 정도다.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날이면 두 짝도 구입했다. 지금은 매일 20짝 이상 구입한다. 고기 맛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도 고민했다. 부친이 고안한 다이아몬드 커팅은 그 중 하나다. 고기에 마름모꼴로 칼집을 내면 갈비에 양념이 더욱 잘 스며든다. 양념갈비는 일정 온도에서 이틀 정도 숙성을 거쳐 손님상에서 참숯으로 구워낸다. 식당 입장에서 참숯은 번거로운 방법이지만, 고기에 밴 참숯 향은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이를 우리 집의 비법 소스에 찍어먹으면 더욱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독특한 형태의 주물 불판과 냉면 대신 먹을 수 있는 감자사리도 있다. 갈빗대를 넣어 끓인 된장 뚝배기는 갈비를 먹고 난 뒤 찬 음식인 냉면은 좋지 않다는 선친의 음식 철학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해운대 암소갈비집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대표메뉴로 자리잡았다.”

 

-생갈비는 매일 정량만 판매한다는데.

“생갈비를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 됐다. 갈비의 특유의 맛을 즐기고 싶다는 손님들이 늘어나는 시기였다. 통상 생갈비는 소갈비의 5~6번 갈빗대를 쓴다. 위치상 중간쯤이다. 예약은 70~80인분만 받고, 나머지는 예약하지 않고 오시는 분들께 내어준다. 평일에는 오후에도 먹을 수 있지만, 휴일에는 낮 12시 30분쯤 가게를 찾아도 맛볼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소진된다. 물론 식당 입장에서는 많이 팔수록 좋지만, 최상급 품질을 확보해 확인하고 드리려면 지금의 수량이 적당하다고 본다. 고기는 서너 군데서 공급을 받고 있다. 한곳에서 모두 공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들어오면 공급처로 돌려보낸다. 생갈비가 아닌 양념갈비는 얼마든지 드실 수 있다.”

 

IMG_6554.JPG

 

-체인점은 없나.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부산 해운대와 미국 뉴욕에 있다. 수년 전부터 서울에도 지점을 내려고 적당한 단독 건물을 알아보고 있는 상태다. 뉴욕에는 맨해튼 36번가에 지난 2018년 3월에 문을 연 ‘윤 해운대 갈비(YOON Haeundae Galbi)’가 있다. 미국에서 고교, 대학을 나와 직장에 다니던 아들이, 가업을 잇겠다고 해 허락했다. 선친에게 배워 문을 연 내가 2대(代)다. 평소에 3대째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국보다 미국을 잘 아니까 그곳에서 시작하고 싶다기에 뉴욕에 문을 연 것이다. 아들은 해운대 암소갈비집에서 5~6개월을 갈비 해체부터 다이아몬드 커팅까지 모두 배웠다. 1년 10개월가량 지났는데 현지 반응이 좋다. 한인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사내 복지도 소문이 자자하다.

“직원 수는 60명 정도다. 식당 인근에 4층짜리 아파트가 있다. 원하는 직원들은 관리비만 내고 전‧월세는 식당이 부담한다. 평수는 약 115㎡(35평) 크기다. 현재 결혼한 직원들은 여섯 가구가 살고 있고, 미혼인 직원들은 3~4명씩 함께 산다. 타지에서 취직을 위해 우리 식당에 온 직원들도 많다. 부친은 그들을 식구나 다름없이 여겼다.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최상의 음식이 나오는 법이다. 덕분에 근속연수가 40년 이상인 직원도 있다.”

 

윤성원 대표 (2).JPG

 

-운영신조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친절과 청결, 최상의 맛 유지다. 손님들이 많으면 일일이 기호에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종업원들은 늘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둘째는 청결이다. 우리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전문기업의 도움을 받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주방장의 경우 30년째 근무하며 한 번도 담배를 피지 않았다. 담배냄새가 음식 맛을 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관되게 맛을 유지하는 것, 손님이 해운대 암소갈비집에 왔을 때 편하고 안락하게 최상의 맛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100년 식당이 되길 바란다. 지금껏 56년이 지났다. 아들이 함께 하기로 하면서 가능해졌다. 손자도 함께 했으면 좋겠지만 예단하기는 어렵다. 단기적인 변화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좌식(坐式, 바닥에 앉는 방식)에서 손님들이 의자에 앉는 테이블석도 고민하고 있다. 시설도 수리나 신축 등을 통해 개선해나갈 것이다. 장기적으로 아들 대에서 또 다른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100년 이상의 전통을 위해서는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한다. 고무적인 것은 지금도 20대에서 40대까지 청년과 연인, 부부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래에도 고객이 될 테니 좋은 일이다. 한번은 젊은 부부가 와서 자신은 어릴 때 할아버지와도 왔고, 조금 커서는 아버지와 왔고, 이제는 아들을 데려왔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4대에 걸쳐 우리 식당을 찾은 것이다. 이렇듯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받는다면 100년 전통의 식당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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