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4-07(목요일)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김경림 화화(話花) 대표

“우리 설화‧구전 하나의 세계관에 녹여내고파”

캐나다 성공 후 국내서 창업… ‘묘시월드’ 눈길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0.01.29 15:38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정치섭 기자 btip@mbusan.co.kr


IMG_7779.JPG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가운데 하나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탄생시킨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은 그간 흩어져 있던 서양 신화와 독창적인 이야기를 한데 묶어내는데 성공했다. 게르만 신화였던 엘프(Elf)와 드워프(Dwarf)는 그의 손의 거쳐 생명력을 얻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포함한 후대의 많은 작품들이 톨킨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톨킨의 세계관을 연구하는 골수팬들이 있을 정도로 그의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서양 판타지는 톨킨의 전후(前後)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에도 신화가 있습니다. 우리만의 수많은 신화와 구전문학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어 전하면 우리도 톨킨처럼 전세계 독자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수 있을 겁니다.”

김경림 화화(話花) 대표의 말이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감은 이유가 있었다. 오랜 기간 남녀노소(男女老少)할 것 없이 사랑받아온 우리네 이야기가 첫 번째고, 자신의 손을 거친 개성 있는 캐릭터 디자인이 두 번째다. 묘시월드(猫時-World)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한 묘시월드는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이다. 동양 십이지신(十二支神)의 달리기 설화를 차용했다. 십이지신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달리기 경주가 벌어졌는데, 고양이는 쥐의 말에 속아 십이지신이 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십이지신은 낮과 밤의 일상을 다스리지만 열세 번째 신인 고양이신(猫神)은 이른바 열세 번째 시간인 묘시를 관장한다. 서양에서 숫자 ‘십삼(13)’은 불길한 수(數)로 여겨진다. 묘신은 자연 상태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귀신, 신수 등을 관장한다는 설정도 만들어냈다. 김 대표는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고양이는 신묘한 동물로 여겨진다”며 “귀신을 본다든지 마녀와 함께 다닌다든지 하는 이미지를 모두 차용하기에 좋은 동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지난 2004년 캐나다 유학길에 올라 현지에서 가장 큰 미디어 회사인 로저스 미디어(Rogers Media)에 취업, 아트디렉터로 최고의 직위에 올랐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뒤로 하고 그가 돌연 귀국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누군가의 아트디렉터보다 스스로 기획하고 디자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학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본격적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인 2000년, 부산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 2학년 때 8개월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캐나다 알버타(Alberta)주 에드먼튼(Edmonton)이었다. 그곳은 1940년대 석유가 발견, 천연가스를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곳이라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 영향으로 물가도 저렴했다. 원래 영어공부를 좋아했지만 현지 영어는 달랐다. 시간, 비용을 헛되이 쓰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했다. 캐나다 생활은 인상 깊었다. 여성에 대한 시선에서 더욱 그랬다. 청년들은 공감하겠지만 한국은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에 대한 역할과 기대가 정해져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심해서 20대 중후반이면 시집을 가야한다는 생각도 팽배했다. 캐나다는 여성도, 워킹맘도 노력하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선진적인 미술, 디자인도 배워보고 싶었다. 미술과 디자인 분야는 유럽과 북미에서 발전됐기 때문이다.”

 

cover1.jpeg

 

-유학생활은 어땠나.

“부모님의 설득으로 부산대를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부모님은 유학이 실패할 경우 고졸자로 남게 될 딸을 걱정했던 것 같다. 졸업 후 2004년 캐나다로 떠났다. 캐나다에서는 디자인 분야 석‧박사 과정이 없어서 대학부터 다시 다녀야 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디자인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북미에서 최고의 지위인 아트디렉터에 오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걸림돌은 역시 언어였다. 어학연수 때와는 또 달랐다. 외출할 때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생활부터 대학수업까지 모두 영어를 썼고, 그게 현지에서는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생활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러던 2006년 여름, 커다란 슬럼프가 찾아왔다. 귀국하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났다. 하지만 부모님께 죄송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유학까지 왔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결심했다. 대학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갔지만, 여름방학 기간에 학교에 남아 서머스쿨(summer school)에 다녔다. 온종일 공부에 매달렸다.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날 갑자기 입과 귀가 뻥 뚫렸다. 영어로 혼자 중얼대는 소리, 하고 싶은 말을 생각과 동시에 영어로 내뱉을 수 있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동창들이 ‘방학 때 무슨 일 있었냐’고 할 정도였다. 자신감을 얻었다. 디자인 공부도 속도가 났다. 덕분에 2006년 3학년 1학기에 ‘로저스 미디어(Rogers Media)’에 인턴직에 교수 추천을 받을 수 있었다. 30명이 지원해 한 명만 교수 추천을 받는 자리였다.”

 

-아트디렉터가 된 것인가.

“인턴은 시작에 불과하다. 인턴은 고용이 불안정하다. 그런데 무급 인턴기간이 한 달 반쯤 지났을 때 매니저가 포지션을 제안했다. 하루 4시간의 파트타임을 거쳐 몇 개월 후 마침내 풀타임 정직원을 제안 받았다. 입사 3년 뒤에 작은 부서의 아트디렉터가 됐고, 다시 1년 뒤 규모가 큰 헬스(의약‧약학 잡지 및 신문)부서의 아트디렉터가 됐다. 꿈꾸던 아트디렉터가 됐지만 다음 사다리(커리어)가 고민이었다. 부서이동일 뿐 역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아트디렉터로서 해당부서의 일만 해야 할 것 같았다. 목표를 이뤘는데 아쉬웠다.”

 

page.jpg

 

-화화를 설립한 계기인지.

“고민하던 어느 날 친구를 만났다. 그는 교포 2세로 한국말을 전혀 못했다. 자녀에게 한국의 동화,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고 싶은데 영문으로 된 적절한 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외국에 있으면 자신의 뿌리에 대한 향수가 생긴다. 그도 한국적인 정서를 그리워했다. 그 순간 ‘한국적인 설화, 동화 등의 이야기를 엮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삼아 한국형 신데렐라 스토리에 등장하는 콩쥐팥쥐의 캐릭터를 디자인해 그 친구에게 보여줬다. 반응이 좋았다. 여기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온라인밖에 없었다. 자료를 제대로 찾아보자며 귀국을 결심했다.”

 

-멀리 돌아왔다. 화화는 어떤 회사인가.

“화화(話花)는 한문으로 ‘이야기꽃’이라는 뜻이다. 우리 회사는 이야기꽃을 피우고자 하는,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 기획사다. 특히 콘텐츠는 단군신화와 같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다. 책으로 인쇄해서 배포하는 것보다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세계관을 구축하는 기획이 핵심인 회사다. 이를 현대화하고 글로벌(global)화 하고 싶다.”

 

김경림 대표.JPG

 

-대표적으로 묘시월드가 있는데.

“묘시월드는 십이지신의 달리기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십이지신이 될 수 있었던 고양이가 쥐의 꾐에 넘어가 뜻을 이루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도 고양이는 쥐를 쫓는다는 구전이 있다. 우리는 고양이를 열세 번째 신으로 설정했다. 하루의 낮과 밤의 시간을 관장하는 십이지신과 달리 묘신(고양이신)은 열세 번째 시간인 묘시와 함께 귀신과 신수 등을 관장한다. 묘시는 시공간이 합쳐진 것이다. 있다고도 없다고도 볼 수 없다. 귀신과 신수도 마찬가지다. 묘시월드의 책에는 묘신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구전되는 신령(산신령 등), 신수(해태, 용 등), 귀신(처녀귀신, 물귀신 등), 요괴(동자삼 등) 등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을 개발해 적용해 눈길을 끌게 했다. 묘시월드는 어린이부터 30대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단기간 성과가 눈에 띄는데.

“2018년 부산시창업지원센터가 주관한 사업에 응모, 우리가 창조한 세계관에 있는 용왕 등의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보드게임 ‘백도(Back Do)’가 최근 출시됐다. 윷판과 윷가락(종지윷)에도 디자인을 가미했다. 단순히 윷을 던져 말을 옮기는 것에서 나아가 보드게임의 특징을 차용했다. 특정 장소에 말이 도착하면 복불복 카드를 뽑게 된다. 이 카드에 우리의 캐릭터를 심어 놨다. 예컨대 심청이 카드를 뽑으면 ‘용궁으로 간 심청이가 3년 후에 인간세계로 돌아온다’는 설명과 함께 세 번의 턴을 쉬어야 한다. 아울러 지난해 초기창업패키지에 선정, 우리가 만든 캐릭터를 활용한 파일럿 애니메이션 세 편이 올해 완성됐다. 애니메이션에 대해 관심 있는 플랫폼에서 연락이 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에도 세계관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우리의 설화와 구전에 등장하는 다양하고 수많은 캐릭터를 스토리에 녹여 하나의 세계관에 표현하는 것이 목표다.”

태그

BEST 뉴스

전체댓글 0

  • 90515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김경림 화화(話花) 대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